비싼 차와 부의 착각 (Life-style Inflation)

신차를 출고하는 순간 차량 가치는 이미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저도 6년 전 생애 처음으로 외제 전기차를 구입하면서 그 사실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보조금 덕분에 살 수 있었던 차였지만, 외제차라는 이유만으로 주변의 시선이 달라지는 걸 느꼈고, 솔직히 그 느낌이 썩 불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게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슈퍼카의 허상


## 자동차는 소비재다, 착각하면 통장이 비어간다


많은 분들이 자동차를 재산으로 인식합니다. 그런데 투자 관점에서 보면 자동차는 감가상각(depreciation)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소비재입니다. 감가상각이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산의 가치가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아파트는 입지에 따라 시세가 오르기도 하지만, 자동차는 구매 순간부터 거의 예외 없이 가격이 내려갑니다.


5천만 원짜리 차량을 구매했다면 3년 후 잔존가치는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30~40% 이상 하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유지비까지 더하면 실제 지출은 구매가격보다 훨씬 커집니다. 제가 전기차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유지비 절감이었습니다. 내연기관 대비 연료비와 정비비가 낮다는 점이 실제로 도움이 되었고, 이건 제 경험상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연간 자동차 유지비를 항목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동차세: 배기량 또는 차량 종류에 따라 연 10만~100만 원 이상

- 자동차 보험료: 차량가액과 운전자 이력에 따라 연 50만~200만 원 이상

- 주유비 또는 전기 충전비: 주행 패턴에 따라 월 5만~20만 원 이상

- 타이어 교체 및 정기 점검비: 연 20만~100만 원 이상

- 주차비: 지역에 따라 월 5만~20만 원 이상


수입차의 경우 부품 수급 문제나 공임 단가 차이로 인해 정비비가 국산차 대비 2~3배 이상 나오는 경우도 흔합니다. 차 값은 한 번이지만 유지비는 매년 반복된다는 점, 이게 핵심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비싼 소비재를 구입할 때 느끼는 만족감을 신호 효과(Signaling Effect)로 설명합니다. 신호 효과란 특정 소비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을 타인에게 드러내고자 하는 심리적 기제를 말합니다.

고급 레스토랑 주차장에서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수억 원대 차량을 볼 때마다 저는 이 신호 효과가 얼마나 강력하게 작동하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물론 진짜 여유가 있어서 타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그 지속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개인적으로는 의문스러울 때가 솔직히 있습니다.


## 라이프스타일 인플레이션이 자산 형성을 막는 이유


소득이 오를 때 소비도 함께 오르는 현상을 라이프스타일 인플레이션(Lifestyle Inflation)이라고 합니다. 라이프스타일 인플레이션이란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지출 수준도 자동으로 높아지면서 정작 저축과 투자 여력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패턴을 말합니다. 연봉이 조금 올랐다는 이유로 차량 등급을 높이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국내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소득 하위 40% 가구의 자동차 보유율이 상위 20% 가구와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출처: 통계청](https://kostat.go.kr)). 이는 차량 소유 자체가 경제적 여유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외형은 비슷하지만 통장 잔액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자산 형성의 관점에서 보면 순서가 중요합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자산, 즉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수익을 만들어내는 곳에 먼저 투자한 뒤 소비를 늘리는 것과, 반대로 소비부터 늘리고 투자는 나중으로 미루는 것은 장기적으로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ROE란 투자한 자본 대비 얼마나 많은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로, 자동차는 이 관점에서 거의 항상 마이너스입니다.


제가 직접 느낀 것 중 하나는, 전기차를 타면서 절약된 유지비가 작은 투자 재원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습관이 달라졌습니다. 반면 할부금이 촘촘히 박혀 있는 고가 차량을 유지하는 분들은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 때문에 정작 자산을 쌓을 여유가 없는 경우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봤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계 부채 중 자동차 할부금과 리스 관련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성 부채가 자산 형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출처: 금융감독원](https://www.fss.or.kr)). 규모에 맞는 소비감각을 갖추는 것이 단순히 절약의 문제가 아니라, 법과 사회적 신뢰를 지키는 생활 습관과도 연결된다는 생각을 저는 자주 합니다. 잘 나가 보이다가 갑자기 사기나 횡령으로 뉴스에 등장하는 사례들을 보면, 그 이면에 감당하기 어려운 소비 구조가 있었던 경우가 적지 않으니까요.


자동차는 삶을 편하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저도 차 덕분에 생활이 훨씬 편해진 건 사실이고, 그 가치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차가 삶을 압박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건 이동수단이 아니라 짐이 됩니다.


결국 비싼 차가 부를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부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인지를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자산을 먼저 쌓고 소비를 나중에 늘리는 순서를 지키는 것, 그게 가장 현실적인 해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재무 조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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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차#소비재#유지비#라이스타일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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